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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격 시리즈

자연 속에서 사는 발리 우붓 숙소 구조

by daon-nuri 2025. 5. 1.

인도네시아 우붓에 도착하기 전, 나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
에어컨 없는 숙소에서 열흘 동안 잘 버틸 수 있을까?”
열대기후 지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실내 냉방 없이 지내는 건
왠지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숙소에 도착해 지낸 며칠 동안, 나는 내 걱정이 쓸모없었다는 걸 곧 깨닫게 됐다.
에어컨 없이도 충분히 시원했고, 심지어 공기가 더 쾌적하게 느껴졌다.

 

우붓에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단순한컨셉이 아니라,
생활 구조 자체로 녹아든 현실이었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대신, 창을 활짝 열고 바람이 지나가게 하며
햇빛, 나무, 바람이 함께 드나드는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건 처음엔 낯설었지만, 며칠 후엔 도리어왜 이렇게 시원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창문과 문은 닫기 위한 게 아니라열기 위한 것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문과 창문이 전부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었다.
환기를 위한 작은 틈이 아니라, 거의 벽 전체가 열린 상태였다.


한국에서는 문을 닫아야 냉방이 된다는 생각이 기본이지만,
우붓에서는 문을 닫는 순간 오히려 공기가 갇히고, 공간이 금세 답답해진다.

 

그 대신, 높은 천장 구조와 벽면에 설치된 통풍구, 그리고 나무로 된 창틀과 발코니 덕분에
공기가 끊임없이 드나들며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해준다.


실제로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도 있었지만
공간 자체가 햇빛을 피하고 바람을 끌어들이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실내는 한결 쾌적하게 유지됐다.


창문을 열고,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살아간다는 건 처음엔 불안했지만,

이내자연과 섞이는 느낌이 점점 익숙해졌다.

 

발리 우붓 숙소 구조

 

인공적인 에어컨보다 나무와 돌이 주는 시원함

 

우붓의 숙소는 대체로 자연 친화적인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바닥은 대리석 혹은 돌로 되어 있어 열을 흡수하지 않고 시원함을 오래 유지했고,
벽이나 가구도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공간 전체가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대신, 온도가 유지되는 구조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내부 조명도 은은하고,
햇빛을 강하게 차단하지 않고 부드럽게 퍼뜨리는 방식이 많아서
실내에 오래 있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자연을 막기보다 받아들이면서 지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에어컨 바람을 벗어나
자연 그 자체가 집의 일부가 되는 공간 속에서 지내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편안했다.

 

소리와 바람이 함께 드나드는 공간

 

창문과 문이 늘 열려 있다 보니, 실내에서 바깥의 소리와 바람, 빛이 동시에 들어온다.

 

아침에는 새소리와 함께 눈을 뜨고
낮에는 바람이 천장을 스쳐 지나가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자연스러운 배경음이 된다.


처음에는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익숙하지 않았지만,
몇 일이 지나자 이 조용함 속에 스며드는자연의 소리들이 삶의 리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공간에서는 에어컨 소리도, 냉장고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기계적인 소리가 줄어든 대신 바람, , 새소리 같은 것들이 실내 공기의 일부가 된다.


한국의 도시 생활에서는 실내가 철저히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우붓에서는 경계가 흐려지고, 그 안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구조 속의 삶

 

에어컨 없는 숙소에서 생활하는 건 처음엔 불편하고 더울 거라 생각했지만,
우붓에서는 오히려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문을 닫고 외부를 차단하는 대신, 문을 열고 바람과 소리를 받아들이는 삶은
단순한 주거 방식이 아니라, 생활 철학처럼 느껴졌다.

 

우붓의 집들은
바람이 잘 통하게 만들어진 공간이라기보다,
바람과 함께 살도록 설계된 공간이었다.


자연을 제어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스며들어 살아가는 방식.

 

에어컨 없는 숙소가 더 시원하게 느껴졌던 건 온도 때문이 아니라,
자연과 분리되지 않고 살아가는 감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