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여기를 ‘걷기 좋은 예술 마을’이라 생각했다.
자연이 풍부하고, 거리도 조용하고, 카페나 요가 스튜디오가 가까운 곳에 모여 있으니
도보로 돌아다녀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며칠 머무는 동안, 숙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보도블럭은 사라졌고,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었고, 생각보다 길은 한적하지도, 평탄하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괜찮을 거라며 구글 지도를 켜고 걷기 시작했지만,
우붓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무척 제한적이었다.
좁은 길에 차와 오토바이가 동시에 다니고,
보행자 도로는 있어도 울퉁불퉁하거나 중간에 끊기는 곳이 많았다.
거리에 가게들은 많지만, 그 사이사이의 간격은 꽤 멀었고,
무심코 “걸어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곧 “땀이 비처럼 흐르는 체험”으로 바뀌었다.
오토바이가 만들어내는 우붓의 리듬
그렇게 며칠 지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게 있다면,
바로 우붓에서는 오토바이가 ‘기본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이다.
현지인 대부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움직이고,
관광객도 금세 ‘고젝(Gojek)’이나 ‘그랩(Grab)’ 같은 오토바이 호출 앱을 사용하게 된다.
처음엔 다소 낯설고 불안했지만,
한 번 타보고 나면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붓의 골목길은 좁고 구불구불해서,
택시는 자주 막히거나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한낮의 햇볕 아래 걸어다니는 건 말 그대로 체력 낭비였고,
반면 오토바이는 빠르게 바람을 가르며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오늘도 오토바이 불러야겠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걸어서는 도달할 수 없는 일상
우붓에는 참 다양한 공간이 있다.
작은 사원이 숨겨진 골목, 그림 같은 논 뷰 카페,
요가 수업이 열리는 숲 속의 리조트까지.
사진으로 보면 어디든 당장 뛰어가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런 장소들 대부분이 도보로는 접근이 쉽지 않다.
오토바이를 타고 좁은 언덕길을 올라야 하고,
때로는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엔 ‘걷기 좋은 마을’이라고 여겼던 우붓은,
조금씩 ‘오토바이 없으면 어디도 못 가는 구조’라는 걸 보여줬다.
이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우붓이라는 마을이 ‘이동 수단을 전제로 짜인 생활 동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 속에서 나는, 단순히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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