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끼게 된다. “왜 이렇게 다 내가 직접 해야 하지?”
한국에서는 간단한 수리부터 가전 설치, 청소, 정비까지 대부분 전문가에게 맡기면 해결된다.
하지만 캐나다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집 안의 전구 하나를 갈고, 가구를 조립하고, 벽에 못을 박는 일조차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기본 생활 방식에 가깝다. 처음엔 낯설고 귀찮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배우고 익히다 보면 DIY가 단순한 생활 기술을 넘어 생활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은 캐나다의 DIY 문화, 그 안에서 느낀 현실적 압박감과 동시에 얻게 된 삶의 변화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보려 한다.
수리기사 부르기보다 직접 고치는 것이 ‘정상’인 나라
한국에서 수도꼭지가 고장 나거나 세면대가 막히면, 대부분은 수리기사를 부른다.
단 몇 천 원의 출장비로 전문가가 와서 빠르게 해결해주는 서비스는 아주 흔하다.
하지만 캐나다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이런 사소한 문제로 전문가를 부르면, 출장비만 100달러가 넘고, 부품 교체나 단순한 작업 하나에도 추가 비용이 적지 않게 청구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는 내가 해야지’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처음엔 나도 변기가 막혔을 때 곧바로 수리 업체를 찾으려 했지만, 예상 견적을 듣고 깜짝 놀랐다.
결국 유튜브를 찾아보고, 근처 홈디포(Home Depot)에서 드레인 클리너와 플런저를 직접 구매해 해결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자연스럽게 간단한 전등 교체나 수도 문제 정도는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이처럼 캐나다는 생활 속 작은 불편함도 곧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 집 수리 문화 – DIY 문화
캐나다에서 처음 이사를 했을 때, 나는 조립되지 않은 박스 형태의 가구들을 보며 당황했다.
침대, 책상, 서랍장은 물론이고 커튼봉 하나까지 모두 직접 조립해야 했다.
한국처럼 배송 기사나 설치 기사가 와서 알아서 해주는 시스템은 거의 없다.
이케아에서 가구를 산다면, 드라이버와 망치를 함께 사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설명서를 펼치고 나사를 조이며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가구가 완성된다.
내가 만든 책상에 앉고, 내가 페인트칠한 벽을 바라볼 때 느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는 압박은 분명 존재했다.
많은 이들이 캐나다의 DIY 문화를 취미처럼 생각하지만, 이곳에서의 DIY는 취미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생활 방식이다.
비용 문제도 있지만, 시간 문제와 신뢰의 문제도 DIY를 선택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작은 집 수리를 위해 전문가를 불렀을 때, 약속 시간이 늦춰지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일도 생각보다 흔하다.
또한 어떤 작업은 ‘이 정도는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도구를 챙기고 배워야만 한다.
유튜브에는 “How to fix a leaking tap”이나 “How to paint a wall” 같은 검색어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보다 먼저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생겼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자가 수리에 그치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생활을 요구하는 문화로 연결된다.
즉, 캐나다에서의 삶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를 부르기보다, 내가 해결책을 찾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결국 배우게 되는 자립심, 그리고 삶의 변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처음엔 이 모든 것이 귀찮고 부담스러웠다.
도구를 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시행착오로 인해 시간도 많이 허비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어떤 문제가 생겨도 크게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 자체가 바뀌었고,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페인트칠도 혼자 하고, 싱크대 막힘도 뚝딱뚝딱 스스로 해결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 많지만, 그 모든 경험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느낀다.
캐나다에서의 DIY는 단순히 ‘직접 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자립심을 키우고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내가 만든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 내 손으로 불편함을 줄여나가는 것.
그 모든 과정이 내가 이 나라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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