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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격 시리즈

일본 식당 매너 – 조용한 공간에 깃든 깊은 배려의 문화

by daon-nuri 2025. 4. 16.

일본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 중 하나는 단연코먹는 시간이다. 깔끔한 라멘집, 조용한 스시 오마카세, 아담한 이자카야까지일본의 식당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문화 체험의 공간이다. 그런데 막상 식당에 들어가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행동이 일본에서는 무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 다들 조용하지?”, “직원을 어떻게 불러야 하지?”, “남기면 안 되나?”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글에서는 내가 일본에서 실제로 겪은 경험과 함께, 일본 식당 예절의 세부적인 특징과 그 이면에 담긴 문화적 가치를 소개한다.
단순한 규칙이 아닌, 상대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방해를 줄이려는 일본인의 배려 문화를 이해한다면, 일본 식사는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일본 식당 매너

 

인사는 기본이지만 반응은 자제 – ‘이랏샤이마세의 진짜 의미

 

일본 식당에 들어서면 직원들이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하고 활기차게 외친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나는
!” 또는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받아쳤다.
그러나 직원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자리를 안내해 주었고, 그때 나는 응답이 오지 않는 인사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일본에서이랏샤이마세는 손님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니라, 가게 전체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일방향적 인사.
손님이 따로 대답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며, 불필요한 말이나 소음 없이 자리를 안내받고 앉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문화는 단순히 말의 형식을 넘어, 공간과 사람 사이의간접적 존중이 담긴 인사법이라고 볼 수 있다.

 

조용한 호출, 눈치 보는 주문직원 부르는 것도 예술이다

 

한국에서는저기요!” 한마디면 직원이 다가오지만, 일본에서는 그 한마디가 식당 전체 분위기를 깨는 행동이 될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이 조용히 식사 중인 고급 레스토랑이나 소규모 식당에서는,
직원을 부를 때 작은 손짓이나 조용한스미마센(실례합니다)’이 일반적인 호출 방식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아예 테이블마다 콜 벨이 설치돼 있어서, 소리 없이도 주문을 요청할 수 있게 해둔다.
한 번은 내가 라멘집에서스미마센~!” 하고 조금 크게 불렀다가,
식당 안의 손님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상황이 연출돼 당황한 적도 있다.


그 후로 나는 직원과 눈을 맞추거나, 벨을 사용하거나, 아주 조용히 호출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런 행동은 식사 중인 타인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정중함의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젓가락 하나에도 예절이 담긴 나라

 

일본 식사 예절 중 가장 놀랐던 부분은 젓가락 사용에 관련된 섬세한 규칙들이었다.
대표적인 금기는 밥 위에 젓가락을 꽂아놓는 행위.
이건 일본의 제사 문화에서 고인의 제사상에 놓는 방식이라, 일반 식사 자리에서 그렇게 하는 건 매우 불길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서로에게 바로 건네는 행위(‘와타시바시’)도 금지.
이 역시 장례식에서 유골을 전달하는 방식과 같아, 일상 식사 자리에서는 피해야 한다.

 

나는 무심코 젓가락을 밥 위에 꽂았다가, 현지 친구가 미묘한 표정으로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 규칙을 알게 됐다.
젓가락을 씹거나, 음식을 찔러서 먹는 행동도 무례하게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와 상징이 담겨 있는 일본의 식탁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정중한 예술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김은 무례, 팁은 실례계산할 때도 예절이 있다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할 때에도 일본만의 조용한 문화는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거나, 계산 도중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일본에서는 조용히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서, 말 없이 지불하고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카드를 꺼낼 때에도 동전을 쨍그랑대지 않도록 소리 없이 지불하는 태도가 예의로 여겨진다.

 

또한 일본에서는 팁 문화가 없으므로, 식사에 만족했다 하더라도 팁을 남기면 돈으로 감사를 표시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기분 나쁘게 여길 수 있다.


내가 처음 일본에서 팁을 테이블에 두고 나왔을 때, 점원이 쫓아와서 손님, 놓고 가셨어요라며 돌려준 기억이 있다.
그 순간, 나는 일본의 서비스 문화가 단순한 친절을 넘어,
돈이 아닌 태도로 감사를 주고받는 철학 위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본 식당 예절은타인을 위한 조용한 배려의 집합체

 

전반적으로 일본의 식당 매너는조용함절제로 요약된다.
크게 말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며, 직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다른 손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식사 예절의 핵심이다.


이 모든 규칙은 결국 "나를 중심으로 하지 않고, 상대방을 먼저 고려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처럼 처음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 일본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예절과 조화가 만들어내는 체험으로 다가오게 된다.
여행자든, 유학생이든, 이민자든 일본 식당에서는 말보다 태도가 더 많은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