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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격 시리즈

일본 편의점 현실 -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다

by daon-nuri 2025. 4. 16.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편의점이 진짜 천국이다!"라고 말한 적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편의점은 도시 곳곳에 밀집해 있고, 간편식의 퀄리티도 높으며, 택배·공과금 납부·프린트 서비스 등 생활 전반을 커버하는 만능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장기 체류를 하거나 실생활에서 자주 이용해보면, 겉보기와 달리 일본 편의점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친절하지만 딱딱한 응대, 정해진 규칙과 한계, 부족한 유연성 등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일본 편의점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환상과 실제 사이의 차이를 직접 경험한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일본의 편의점은 분명 훌륭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하면 예상 밖의 문화충격을 느낄 수도 있다.

 

상품은 많지만, ‘유연성은 없다

 

일본 편의점에는 도시락, 샌드위치, 디저트, 음료, 문구류, ,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이 잘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있지만, 안 되는 게 많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물건을 교환하려고 했을 때, 점원은 매우 정중했지만교환은 불가합니다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잘못 샀을 때도, 매장 간 교환이나 환불 시스템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은 본사 정책, 매장 규정에 따라 처리되며, 점원은 그 이상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정해진 매뉴얼 안에서는 친절하지만, 그 매뉴얼을 벗어나는 순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 편의점에서 익숙한 '점장 재량' 같은 유연성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24시간 운영이지만항상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본 편의점은 대부분 24시간 운영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언제든 뭐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지만, 실제로는 시간에 따라 이용 제한이 많은 편이다.


한 번은 새벽 2시에 음식을 사러 들어갔는데,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또 어떤 점포는 야간에는 담배나 술 판매를 제한하거나, 직원이 1인이라 택배 접수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매장에 따라 ATM 사용 시간도 다르고, 복사기 기능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는 것과 ‘24시간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걸 일본에서 처음 느끼게 됐다한국처럼 밤에도 자유롭게 구매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편의성이 일본에서는 항상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직원은 친절하지만표정은 없다

 

일본 편의점 점원들은 매우 정중하고 말도 조용히 한다.
하지만 처음 일본 편의점에서 계산을 마친 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을 때,
직원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인사 멘트만 읊은 채 고개를 숙였다.


친절한 시스템 속에 있지만, 인간적인 교감이 느껴지지 않는 응대에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한국 편의점에서는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거나, 작은 말 한마디가 오가는 데 반해
일본에서는 '정해진 멘트 이상은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문화가 있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고객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이고,
불필요한 감정 표현을 배제함으로써 공정하고 균형 잡힌 서비스를 유지하려는 방식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다소 차갑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서비스는 많지만, 외국인은 소외되기 쉽다

 

일본 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기능 서비스.


택배 접수, 공공요금 납부, 콘서트 티켓 수령, 복사, 스캔, 프린트 등 정말 다양한 일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면, 외국인에게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프린트 기계는 대부분 일본어만 지원되고, 절차가 복잡해서 안내 없이 이용하기 어렵다.
택배 접수도 송장 작성부터 무게 측정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하고,
직원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며 본사로 문의하라는 답변을 듣는 경우도 많다.


정말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그걸 쉽게 활용하려면 일본어 능력과 시스템 이해도가 꽤 높아야 하는 구조.
결국 많은 외국인들이 편의점에서 할 수 있는 건 물품 구매 정도로 제한된다.

일본 편의점 현실

 

일본 편의점은완벽이 아니라정돈된 시스템이다

 

일본의 편의점은 깨끗하고 조용하며, 시스템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유연하지 않고, 직원은 매뉴얼 외에는 거의 대응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정해진 틀 안에서 정확히 움직이고, 그 틀을 넘어서려는 시도는 대부분 좌절된다.
이런 시스템은 분명 효율적이지만, 돌발 상황에 약하고, 인간적인 접근이 힘들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나는 이러한 일본 편의점의 시스템을 싫어하진 않지만,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만능 공간이라는 인식은 내려놓게 되었다.


오히려 일본의 편의점은 '정해진 틀 안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공간'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하고 나면 불편함보다 그 나름의 질서와 장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