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맞추는 인사? 프랑스식 ‘비스(Bise)’가 처음엔 너무 낯설었던 이유
프랑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마중 나온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양쪽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나는 얼떨결에 얼어붙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순간적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는 손을 흔들거나 가볍게 목례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인사 방식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전혀 다르다. 친구든, 직장 동료든, 심지어는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인사할 때 ‘비스(bise)’, 즉 양쪽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이 낯선 인사법은 처음엔 무척 어색하고 당혹스럽게 느껴지지만, 프랑스인의 따뜻한 관계 맺음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 요소 중 하나다.
‘비스(Bise)’란? 단순한 키스가 아닌 프랑스 식 인사법
‘비스’는 프랑스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인사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서로의 뺨에 입술을 대는 듯한 동작을 하며 가볍게 인사하는 행동을 말한다. 실제로 입술이 닿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리만 살짝 내며 공기 키스를 주고받는 느낌이다.
보통은 오른쪽 뺨부터 시작해 왼쪽으로 한 번씩 비스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에 따라 2번, 3번, 심지어 4번까지도 비스 횟수가 다르다. 파리에서는 보통 2번, 남부 지방에서는 3번 이상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문화는 단순한 스킨십이 아니라, “나는 당신을 반갑게 여기고 있고,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 싶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프랑스 사회에서는 이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방식이 몸짓을 통해 이뤄진다.
언제, 누구에게 비스를 해야 할까?
비스는 친구나 가족은 물론, 직장 동료나 지인의 지인과 같은 ‘약간 가까운 사이’에서 주로 사용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공적인 자리보다 사적인 모임에서 소개받을 때 비스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과 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인들도 상황과 관계에 따라 비스를 생략하거나 악수로 대신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일시적으로 악수나 손인사로 대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스는 프랑스인들의 중요한 사회적 관습이다.
재미있는 점은, 프랑스에서는 비스를 언제 누가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이 명확하지 않아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끼리는 자연스럽게 비스를 하고, 남성과 여성 간에도 비스가 일반적이지만, 남성끼리는 상대에 따라 다르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악수로 대신하기도 한다.
외국인이 느끼는 문화 충격, 그리고 그 안의 따뜻함
비스를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이 인사법이 상당히 당황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얼굴이 가까워지고, 뺨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감은 한국이나 일본 등 개인 공간을 중요시하는 문화권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처음 만난 사람과 비스를 하게 되면 '이 사람이 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에게 비스는 상대방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마음을 열기 위한 자연스러운 시작이다. 그들이 인사할 때 보여주는 스킨십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깝게 여기고 있다는 표현이다.
일정한 공간을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감정적으로 가까워지는 데 있어 비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스, 낯설지만 아름다운 인사법
프랑스의 ‘비스’ 문화는 처음엔 당황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섬세한 마음이 담겨 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처음에는 거리감이 생기지만, 조금씩 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비스를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프랑스를 여행하거나 거주할 계획이라면, ‘비스’는 단지 피해야 할 문화충격이 아닌, 현지 사람들과 진짜 관계를 맺기 위한 시작점임을 기억하자. 처음은 어색해도, 그 인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은 생각보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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